동일본 대지진 여파 … 측량·GPS 기준점 다 바꿔야 할 판

동일본 대지진으로 한반도 지표가 뒤죽박죽된 것으로 확인됐다.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과 측량의 기준점들이 한 방향으로 이동한 것이 아니라 여러 방향으로 틀어져버려 위치정보 산출에 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대한지적공사 산하 지적연구원은 전국 70여 개 측량 기준점 가운데 40여 개를 조사한 결과, 거의 대부분이 본래 위치에서 벗어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20일 밝혔다. 이 중 1㎝ 이상 움직인 곳도 16개에 달했다.

  더 큰 문제는 기준점들이 모두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고 제각각 다른 방향으로 움직였다는 점이다. 예컨대 독도는 북동쪽으로 3.2㎝ 움직인 반면, 마라도는 북서쪽으로 2.1㎝가량 움직였다. 강원도 강릉시 주문진의 경우 남동쪽으로 1.6㎝움직였고, 울산은 북서쪽 방향으로 2.4㎝ 틀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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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에 앞서 천문연구원은 16일 “GPS 관측 결과 한반도가 최대 5㎝ 동쪽으로 이동했으며 일본과 가까울수록 많이 움직였다”고 발표했다. 이는 동일본 대지진의 영향을 받지 않아 움직이지 않은 외국의 지표면과 비교해 한반도의 움직임을 나타낸 것이다. 반면 이번 지적연구원의 측정은 국내 각 기준점들의 움직임을 직접 측량한 결과다.

  지적연구원 박병운 박사는 “한반도 지표면이 움직였다고 해도 같은 방향, 같은 비율로 움직였다면 큰 문제가 될 것은 없다”며 “그러나 지표면이 구겨진 것처럼 일관된 방향성 없이 마구 움직였기 때문에 앞으로 위치 표시에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가장 먼저 생기는 문제가 땅의 소유권 문제다. 지표면의 점들이 제각기 다른 방향으로 움직인 만큼 넓은 토지의 경우 서류상 면적과 실제 면적 사이에 차이가 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를 바로잡아줄 기준점마저 흔들렸기 때문에 자동 복구도 안 된다는 것이다. 지적공사 관계자는 “앞으로 민원이 생길 수밖에 없는데 기준점이 모호해져 난처해졌다”고 말했다.

 국가 인프라인 상시관측점 좌표가 엉클어진 점도 문제다. 상시관측점은 모든 지도 표시와 측량의 기준점이다. 나머지 위치들은 이 기준점을 중심으로 측정을 해서 위치를 표시하게 된다.

 이 때문에 상시관측점의 좌표는 밀리미터(㎜) 단위로 정밀하게 관리해야 한다. 하지만 이 점들의 좌표가 틀어진 만큼 지도를 다시 그려야 되는 상황이 올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밖에 내비게이션 등을 사용하는 데도 정밀한 위치 표시가 어려울 것으로 지적연구원은 분석했다. 이에 따라 이번 기회에 실제와 맞지 않는 지적도와 측량점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현재의 지적도는 일제 강점기에 만들어져 실제 지표상 위치와 차이가 나는 경우가 많다. 이를 바로잡기 위해 관련법 개정이 진행 중이나 지지부진한 상태다. 지적공사 박상갑 지적선진화부장은 “이번 지진으로 기존 지적도와 실제 위치가 더 크게 차이가 난 만큼 이를 바로잡기 위해서라도 지적도 개선 사업을 빨리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현철 기자

◆측량기준점=지도 제작, 건설·토목공사용 도면 작성이나 측량을 하는 데 기준이 되는 점. 이 중 국가가 직접 측정해 관리하는 기준점을 국가기준점이라 부른다. 국가기준점은 전국 7만 개 지점에 표지석을 세워 관리한다. 1호 측량기준점은 국토지리정보원이 위치한 경기도 수원시 청사 앞에 있다.


일본 지진 직후 동쪽으로 2㎝ 간 서울, 이틀 만에 0.8㎝ 돌아와 … “자연 복원력 작동”

동일본 대지진으로 1~5.1㎝까지 동쪽으로 이동한 한반도가 제자리로 돌아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지리정보원 은 지진 직후인 12일부터 16일까지 국내 52개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의 위성 기준점을 관측한 결과 지진 직후 동쪽으로 이동한 한반도가 15일 이후에는 원래 위치로 돌아오고 있다고 22일 밝혔다. 마라도의 경우 0.9㎝ 동쪽으로 이동했다 거의 제자리로 돌아왔고 서울은 2㎝가량 동쪽으로 이동한 뒤 0.8㎝가량 뒤로 돌아왔다. 그러나 가장 많이 움직인 독도는 5.1㎝까지 동쪽으로 이동한 뒤 그 자리에 머물러 있는 상태다. 국토지리정보원 문용현 측지과장은 “움직임이 언제 멈출지 예상하기 어렵다”며 “나중에 세계 각국 전문가들과 정확한 결과를 산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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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쪽으로 이동한 한반도가 제자리로 돌아오고 있는 현상에 대해 전문가들은 지각판의 복원력으로 설명한다. 균형을 잡으려는 자연의 섭리 같은 것이다. 한국천문연구원 박필호 박사는 “지각판을 고무줄에 비유해 잡아 당긴 뒤 놓으면 다시 수축하는 것으로 설명할 수 있다” 고 말했다. 박 박사는 또 “동해 바다밑 지각판은 육지보다 얇아 두꺼운 지각판에 비해 상대적으로 이동이나 변형이 더 잘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는 “지각판이 고체 같지만 점성이 있고, 지각판의 움직임도 어느 한쪽으로 끌려갈 때 단번에 가는 것이 아니고 왔다갔다하다 어느 한쪽으로 더 움직인다”고 설명했다.

 국토지리원의 측정 결과에 대해 반박하는 의견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전문가는 “GPS 측정에서 1㎝ 미만의 움직임은 오차범위에 있기 때문에 현시점에서 한반도가 제자리로 돌아오고 있다고 보는 것은 성급한 판단”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기준점으로 삼은 상하이가 15, 16일 한반도 쪽으로 4㎜ 움직였는데 이를 보정해주지도 않았으며, 최소 2주 동안 측정치를 비교해야 지각의 움직임을 어느 정도 판단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앞서 대한지적공사 지적연구원은 한반도 위치가 대지진으로 최고 3㎝ 움직였으나 방향은 제각각이어서 지표 위치가 뒤죽박죽됐다고 밝혔다. <본지 3월 21일자 E1면>

 지적공사와 국토지리정보원이 밝힌 이동 방향이 다른 것은 지적공사는 수원을 기준으로 한 반면 국토지리정보원은 중국 상하이와 쿤밍을 기준점으로 삼았기 때문이다.

박방주 과학전문기자, 최현철 기자

Source: http://joongang.joinsmsn.com/article/864/5233864.html?ctg=1300&cloc=joongang|home|top